관광지의 고통, 지속 가능한 여행이 답이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자 설렘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관광 과잉(Overtourism)’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곳곳에서 터져나온 반(反)관광 시위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입니다. 하지만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유럽 주요 도시들은 이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모색하며 새로운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스위스: 기차와 세금으로 관광객 분산
알프스를 품은 스위스는 오랜 세월 동안 관광의 중심지로 사랑받아왔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스키 시즌이 짧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 전략이 절실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스위스는 ‘Swisstainable(스위스+지속가능성)’ 전략을 수립하고 철도 중심 관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100% 수력 전기로 운행되는 기차는 환경에 부담을 줄이고, 교통 접근성을 높여 관광객을 특정 지역에만 몰리지 않게 만듭니다. Swisstainable 인증 호텔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요금을 최대 33% 할인받을 수 있으며, 비시즌 여행을 장려하는 광고에는 로저 페더러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브리엔츠 호수와 라우터브루넨에는 관광세를 도입해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특정 시간과 장소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주차장을 외곽에 마련하고 기차와 연계하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스위스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시즌에 방문하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인기 지역은 비용을 감수하라.
스페인: 스마트 데이터로 관광 흐름 조절
2024년 영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그리고 유럽 내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가, 스페인도 심각한 관광 과잉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카나리아 제도, 발레아레스 제도, 발렌시아, 카탈루냐, 안달루시아 등 5개 지역에만 전체 관광객의 85%가 몰리면서 지방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무허가 에어비앤비 숙소 약 6만 6천 개를 퇴출시키고, 인기 관광지를 홍보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중단하는 등 과잉 유입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페인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목적지 플랫폼(Smart Destinations)’을 개발해 해변의 인구 밀도, 공기 질, 해수 온도, 해파리 발생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덜 붐비고 쾌적한 지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파라도르(Paradores)’ 프로젝트 또한 눈에 띕니다. 성이나 유서 깊은 건물들을 국영 럭셔리 호텔로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해변 외의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더 오래 머무를수록 관광세가 줄어드는 장기 체류 인센티브 제도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친환경 여행자에게 보상하는 시스템 구축
독일 베를린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페이(CopenPay)’ 프로그램에 착안해, 친환경 여행자에게 가이드 투어 무료, 박물관 입장 할인, 기념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 중입니다. 여행 중 쓰레기 줍기, 나무 심기 등에 참여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로 지역 관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15분 도시 개념을 관광에도 적용해, 여행자가 묵는 호텔 근처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관광 콘텐츠를 밀집시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호텔, 지속 가능한 기념품 가게, 자전거 코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디렉토리를 만들어 여행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친환경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항공과 크루즈, 여전히 남은 숙제
여행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들이 유럽 전역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항공과 크루즈 산업의 급증은 여전히 가장 큰 난제입니다. 이들의 환경 영향은 지역적인 개선만으로는 상쇄하기 어렵고, 총 관광객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인기 도시와 섬들은 계속해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페인 관광청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올해 여름에도 반관광 시위는 계속될 것입니다. 해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의 본질은 외국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해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유럽 여행을 위한 선택
지금 유럽은 관광산업의 미래를 두고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비시즌 여행, 대중교통 이용,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소비, 이 세 가지를 실천한다면 여행은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럽의 조용한 골목과 풍경을 진짜로 만나고 싶다면, 우리는 잠시 느려지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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