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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타이완 뉴타이페이시의 ‘호(虎)’ 석각

by GDBS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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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뉴타이페이시의 ‘호(虎)’ 석각: 카오링 고도에서 만나는 역사와 자연

카오링 고도(Caoling Historical Trail)는 타이완 북부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이킹 코스 중 하나입니다. 이 길은 과거 한족 이주민들이 산맥을 넘어 동부로 이동하기 위해 이용했던 ‘담수-카발란 고도(Tamsui-Kavalan Trails)’의 일부로, 오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특별한 장소가 바로 ‘호(虎)’ 석각입니다.


전설의 시작: 1867년 ‘호(虎)’ 석각의 탄생

카오링 고도의 최고점 인근, 커다란 바위 위에는 하나의 인상적인 한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호(虎)’, 즉 호랑이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 석각은 무려 1867년에 새겨졌으며, 당시 청나라 장군 유명등(劉明燈)이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자의 조형미는 매우 독특하여, 중국어 원어민이라도 설명 없이는 그 뜻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글자는 “용이 가면 구름이 따르고, 호랑이가 가면 바람이 따른다”는 고사성어에서 영감을 받아 새겨졌으며, 거센 바람이 부는 이 고개에서 바람을 잠재우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풍경과 바람이 어우러진 명소

이 석각 위쪽에는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방문객들에게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날씨가 맑다면 거북이섬(Turtle Island)과 이란(Yilan) 해안선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름 그대로,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어오며 당시 장군의 염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과거의 흔적, 현재의 보존

과거에는 등산객들이 이 석각을 기념하기 위해 종이와 먹을 이용해 탁본을 뜨곤 했습니다. 그러나 반복된 마찰로 인해 원형이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이 행위가 금지되었습니다. 대신, 트레일 종착점인 다리 방문자 센터(Dali Visitor Center)에 여러 개의 복제 석각이 마련되어 있어, 보다 안전하게 그 역사와 미학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호랑이, 또 다른 유산

카오링 고도는 ‘호(虎)’ 석각 외에도 하이킹 도중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명문(銘文)이 있습니다. 바로 “웅진만안(雄鎮蠻煙)”, 한자로 “거칠고 사나운 안개를 과감히 제압하라”는 뜻의 기념비입니다. 트레일의 북쪽으로 향하면 이 석비를 만날 수 있으며, 당시 이 길을 지나던 이들의 결의와 용기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호(虎)’ 글자와 유사한 조형으로 새겨진 또 다른 석각이 필린 차 박물관(Pilin Tea Museum)에도 전시되어 있어, 예술적 가치와 지역 문화를 함께 이해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연, 역사, 미학이 어우러진 문화유산

타이완의 카오링 고도는 단순한 하이킹 코스를 넘어, 청나라 시대의 유산과 자연의 웅장함이 맞닿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虎)’ 석각은 그 상징성과 조형미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바람과 함께하는 이 길 위에서, 150년 전 조각가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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